하늘을 가로지르는
뿌연 띠 하나
불빛 없는 시골 밤하늘을 올려다보면, 하늘을 가로지르는 희뿌연 강이 보입니다. 옛날 사람들은 이게 뭔지 몰랐어요.
그리스 사람들은 헤라의 젖이 하늘에 뿌려진 자국이라고 했습니다. 그래서 이름이 갈락시아스 — “우유빛깔”. 오늘날 은하를 뜻하는 galaxy가 여기서 나왔고, 우리말로는 은하수, 은빛 강이라 불렀죠.
오늘 이야기는 이 뿌연 띠 하나에서 출발해 우주 전체의 지도까지 갑니다. 400년이 걸린 이야기예요.
- “여기서 밤하늘 제대로 본 사람?” 손들기로 분위기 열기
- 어원 이야기는 짧게. 요지는 “이름은 있었지만 정체는 몰랐다”
망원경을 들이대자
구름이 별이 되었다
갈릴레오가 그 뿌연 띠에 망원경을 겨눴습니다. 그러자 안개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나타났어요.
뿌옇게 보인 이유는 단순합니다. 별이 너무 많고 너무 멀어서 하나하나 구분이 안 됐던 거예요. 우리 눈의 해상도가 부족했을 뿐입니다.
- “지금 새로 생긴 별일까, 원래 있던 별일까?” → 원래 있었다. 도구가 눈을 이긴 것
- 여기서 과학의 성격 하나: 새 도구가 새 세계를 연다
별로 안 쪼개지는
얼룩들이 남았다
망원경 성능이 좋아져도, 끝내 별로 갈라지지 않고 뿌연 채로 남는 천체들이 있었습니다.
사람들은 “하늘에 뜬 구름”이라는 뜻으로 성운(星雲)이라 불렀어요. 안드로메다도 처음엔 안드로메다 성운이었습니다.
문제는 이겁니다. 이 얼룩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? 가까운 구름 덩어리인가, 아니면… 상상도 못 할 만큼 먼 무엇인가?
- 당시 상식: “우리은하 = 우주 전부”. 그 밖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음
- 거리를 모르면 크기도 모른다는 점을 짚기 (가까운 촛불 vs 먼 등대)
우주 대토론 — 우주는 하나인가, 여럿인가
천문학자 두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. 주제는 단 하나. 저 성운은 우리 안에 있는가, 밖에 있는가.
“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다”
성운은 우리은하 안에 떠 있는 구름 덩어리일 뿐. 우주는 하나고, 우리는 그 안에 산다.
“성운은 우리은하 밖의 다른 은하다”
우리은하는 수많은 은하 중 하나일 뿐. 우주에는 우리 같은 섬이 무수히 떠 있다.
- “섀플리 쪽 손!” 세어서 + 버튼으로 입력 → 반대쪽도 입력
- 양쪽에서 이유 한 명씩만 들어 보기 (정답 확인 금지)
- 이 토론은 둘 다 근거가 있었다는 걸 강조. 어리석어서 틀린 게 아님
부풀었다 줄어드는 별이
줄자가 되었다
에드윈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 속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냈습니다. 별이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밝기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별이에요.
여기 놀라운 성질이 있습니다. 밝기가 느리게 변할수록 실제로 더 밝다. 이 관계를 찾아낸 사람은 허블이 아니라 헨리에타 리비트. 허블은 그가 만들어 둔 자를 가져다 쓴 겁니다.
그래서 주기를 재면 그 별의 진짜 밝기를 알 수 있고, 보이는 밝기와 견주면 거리가 나옵니다. 가로등의 원래 밝기를 알면 흐릿한 정도로 거리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아요.
- “100W 전구인 걸 알고 있다면, 흐리게 보일수록 멀다” → 표준 촛불
- 밝기가 변하는 주기 = 그 전구의 와트 수를 알려주는 라벨
- ‘깜빡인다’고 말하되 한 번은 짚어 주기 — 별이 켜졌다 꺼지는 게 아니라 별 자체가 부풀었다 줄어듭니다. 대기 때문에 별이 반짝이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예요
- 등급 차시와 잇기 — 진짜 밝기 = 절대등급, 보이는 밝기 = 겉보기등급
- 화면의 곡선이 비대칭인 것도 실제 그대로입니다 — 확 밝아졌다가 천천히 어두워져요
- 이 관계를 찾아낸 헨리에타 리비트는 소마젤란운의 세페이드 25개를 견주어 법칙을 얻었습니다
“여기
내 우주를 산산조각 낸
편지가 있다”
허블이 잰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는 90만 광년. 섀플리가 생각한 우리은하 지름(30만 광년)보다 훨씬 밖이었습니다.
우리은하 밖에 다른 은하가 있다 — 커티스가 옳았습니다. 편지를 받은 섀플리는 제자에게 저 말을 남겼어요.
재밌는 건, 지금 값으로 보면 두 숫자 다 틀렸다는 겁니다. 우리은하 지름은 약 10만 광년, 안드로메다까지는 253만 광년이에요. 숫자는 다 어긋났지만 결론은 맞았습니다.
- 과학의 성격: 말싸움이 아니라 측정이 결론을 낸다
- “다 틀렸는데 결론은 맞았다”는 점을 꼭 짚기 — 오차가 있어도 순서·크기 관계가 맞으면 결론은 선다
- 섀플리의 반응을 감정적으로 읽어 주면 여운이 큽니다. 평생의 믿음이 무너진 순간
막대 길이는 253만 광년을 기준으로 맞췄습니다. 섀플리의 “우주 전부”가 실제로는 얼마나 작은 조각이었는지 보입니다.
우리은하 사진은
세상에 한 장도 없다
다른 은하는 밖에서 찍으면 됩니다. 그런데 우리은하는?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어요.
인류가 가장 멀리 보낸 보이저 1호도 이제 겨우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. 우리은하 밖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어요. 교과서의 우리은하 그림은 전부 관측 자료로 재구성한 상상도입니다.
별을 하나하나 세어 지도를 만들려던 사람도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. 별과 별 사이의 먼지가 뒤쪽을 가려 버렸거든요. 1950년대에 얀 오르트가 먼지를 통과하는 전파로 수소 지도를 그려서야, 우리은하가 나선 모양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.
그래서 교과서의 우리은하 그림은 밖에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. 은하 안에서 여러 방향을 관측한 자료를 모아 재구성한 모식도예요.
- 비유: “내 얼굴 사진을 내 눈으로 직접 찍기” — 나가야 찍는다
- 먼지 버튼 → 안 보이는 영역 확인 → 전파 버튼 → 나선팔이 드러남
- 태양 위치도 짚기: 중심 아님. 중심에서 2만 5천 광년 떨어진 변두리
- 참고: 대토론 2라운드(태양이 중심이냐)에선 섀플리가 맞았습니다. 1승 1패
별은 납작해지고
암흑물질은 동그랗게 남는다
지구도 둥글고 태양도 둥근데, 은하는 왜 피자처럼 납작할까요?
물질이 은하로 모여들 때 곧장 중심으로 떨어지지 않고 돌면서 들어옵니다. 회전은 그대로 남고, 가스는 서로 부딪히며 위아래 운동만 잃어요. 그래서 점점 납작한 원반이 됩니다.
그런데 암흑물질은 부딪히지 않습니다. 에너지를 버릴 방법이 없으니 납작해지지 못하고 공 모양 그대로 남아요. 이걸 암흑물질 헤일로라고 합니다.
달걀을 떠올리세요. 흰자는 둥근 암흑물질, 그 안에 눌린 노른자가 우리가 보는 별들의 원반입니다.
- 1회차: 그냥 보기 → “뭐가 달라졌어?”
- 2회차: 보라(암흑물질)만 보라고 지목 → 끝까지 안 납작해짐 확인
- 왜 안 납작해지나: 서로 부딪히지 않아서. 부딪혀야 에너지를 버리고 가라앉음
- 달걀 비유는 손으로 모양을 만들며 말하면 훨씬 잘 박힙니다
은하 분류는
박사학위가 필요 없다
은하는 크게 셋입니다. 나선은하(바람개비), 타원은하(둥근 덩어리), 불규칙은하(찌그러진 것).
사진만 잘 찍혀 있으면 누구나 구분할 수 있어요. 그래서 실제로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돌아갑니다. 한 은하를 9명 이상이 각자 분류하고 다수결로 정하죠. 장난으로 찍은 답은 그렇게 걸러집니다.
이렇게 모은 분류로 우주 지도를 만듭니다. 어떤 은하가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보면, 은하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가 보이거든요.
- 5문항 정도면 충분.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 만들기
- 애매한 게 나오면 그게 정상 — 그래서 9명이 본다고 연결
- “이 활동이 진짜 연구에 쓰인다”는 점을 꼭 말해 주세요. 참여 동기가 확 올라갑니다
아무것도 없는 하늘을
열흘 동안 째려봤더니
허블 우주망원경을 텅 빈 것처럼 보이는 하늘 한 조각에 겨눴습니다. 팔을 뻗어 든 모래알 하나가 가리는 정도의 넓이예요.
그 결과가 허블 딥필드. 사진에 찍힌 점들은 별이 아니라 전부 은하였습니다. 점 하나마다 별이 수천억 개씩 들어 있어요.
한 번에 길게 찍은 게 아니라 10~20분씩 수백 장을 찍어 합친 겁니다.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가 카메라를 계속 때려서, 한 번에 오래 열어 두면 사진이 망가지거든요.
- “여기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? 확대하면 뭐가 나올까?”
- 확대 후 3초 침묵. 학생들이 세기 시작합니다
- “점 하나 = 별 수천억 개”를 천천히 반복. 이 문장이 오늘의 핵심 스케일
- 수백 장 합성 이유(우주선 입자)는 짧게 — 궁금해하는 학생용
붉을수록
먼 옛날이다
우주는 팽창합니다. 그 사이를 날아오는 빛은 파장이 늘어나 붉은 쪽으로 밀립니다. 이걸 적색이동이라고 해요.
그래서 붉게 보일수록 더 오래 여행한 빛, 즉 더 먼 과거입니다. 적색이동 값 z가 클수록 옛날이에요.
외우기 쉬운 방법: z가 1 커질 때마다, 그때 우주는 지금보다 그만큼 작았다. z=1이면 우주 크기가 지금의 절반이던 시절입니다.
적색이동 z
그때 우주 크기
그때 우주 나이
- z=0에서 시작 → “이게 지금” → 천천히 올리며 색·크기·나이 세 가지가 같이 변하는 걸 보게
- 아래 스펙트럼 선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것도 짚기 — 이게 실제로 재는 값
- 주의: 은하가 붉은 이유가 거리만은 아님. 늙은 별이 많아도 붉어짐 (과학적 정직함)
우주가 3억 살일 때
이미 어른 은하가 있었다
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적색이동 14, 우주 나이 겨우 3억 년 시절의 은하를 찾아냈습니다. 138억 년 중 2%도 안 지난 시점이에요.
예상은 이랬습니다 — 갓 태어난 우주의 은하는 작고 희미하고 어수선할 것. 그런데 실제로는 무겁고 밝고, 심지어 원반 구조까지 갖춘 은하가 나왔습니다.
표준 우주 모형이 계산한 것보다 은하가 너무 빨리 자란 겁니다. 그래서 지금 천문학자들은 둘 중 하나라고 봅니다. 관측이 뭔가 잘못됐거나, 모형을 고쳐야 하거나.
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.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 중인 문제예요.
- “여기까지가 정리된 이야기, 지금부터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”라고 선언하고 들어가면 집중도가 다릅니다
- 타임라인에서 3억 년 지점이 얼마나 왼쪽 끝인지 손으로 짚어 주세요
- “틀렸을 수도 있는 걸 그대로 발표하는 게 과학”이라는 메시지
안드로메다가
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
약 60억 년 뒤,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하나로 합쳐집니다. 이미 정해진 일이에요.
그런데 별끼리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. 별 사이가 워낙 비어 있어서, 두 은하가 통째로 지나가도 별들은 서로 스쳐 지나가요.
대신 가스는 다릅니다. 가스구름끼리는 정면으로 충돌하고, 그 충격으로 새 별이 폭발적으로 태어납니다. 진짜 불꽃놀이는 그때 시작돼요.
태양계는 위치만 바뀝니다. 다만 그때쯤이면 태양은 이미 수명을 다한 뒤예요.
- “두 은하가 부딪히면 별들이 박살날까, 안 날까?” → 대부분 박살난다에 손 듦
- 재생 후 반전 공개: 별끼리는 거의 안 부딪힌다
- 스케일 감각: 별을 서울의 축구공이라 하면, 옆 축구공은 부산쯤에 있음
- “그래서 우주는 대부분 텅 비어 있다”로 마무리
별이 하나도 없는
은하가 있다
계산상 우리은하 주변에는 작은 위성은하가 수백 개 있어야 합니다. 그런데 실제로 찾은 건 60개 남짓이에요. 나머지는 어디 갔을까요?
한국의 연구진이 답 하나를 내놨습니다. 별은 거의 없고 가스와 암흑물질로만 이루어진 암흑은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. 가스가 움직이는 속도를 보고 보이지 않는 무게를 찾아낸 거예요.
우주를 구성하는 건 암흑에너지 약 70%, 암흑물질 약 25%. 우리가 눈으로 보는 별과 물질은 고작 5%입니다.
- “보이는 위성은하 몇 개일까?” → 세는 척하다가 버튼 → 화면이 뒤덮임
- “왜 안 보이는데 있다고 말할 수 있나?” → 중력. 가스가 끌려 도는 속도가 증거
- 5% 이야기로 마무리: 우리가 아는 우주는 20분의 1
다시 하늘을 보면,
이제 뿌연 띠가 아니다
우유가 뿌려진 자국이라 불렸던 그것은 수천억 개의 별이었고, 그 별들이 이룬 납작한 원반은 수천억 개 은하 중 하나였습니다.
갈릴레오
뿌연 띠 = 별의 무리
대토론과 허블
우리은하 밖에도 은하가 있다
제임스 웹 · 암흑은하
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
400년 동안 사람들이 한 일은 하나입니다. “저게 뭘까?” 하고 계속 물어본 것.
그리고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.
이 이야기는 유튜브 〈취미는 과학〉 은하 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.
출연: 서울대학교 천문학자 황호성 교수
- “오늘 배운 것 중 가장 놀라웠던 것 하나씩” 발표시키기
- “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” 하나 말하게 하면 과학의 현재성이 남습니다
- 여유가 있으면: 오늘 이야기의 출처는 유튜브 〈취미는 과학〉 은하 편(서울대 황호성 교수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