3단원 · 빛과 파동

내가 보고 듣는 세상은,
진짜 세상일까?

빛과 소리가 던지는 일곱 개의 물음

우리는 세상을 직접 본다고 믿어요.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는 건 빛과 파동이 실어 나른 신호일 뿐이죠. 이 단원은 세상과 나의 경험 사이, 그 좁은 틈에 관한 일곱 개의 이야기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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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ight
물체를 보는 과정 01

물체를 보는 과정

우리는 현재를 보고 있지 않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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본다는 건 늘 '과거'가 도착하는 일이에요. 빛의 속도는 유한해서, 눈에 들어온 빛은 언제나 조금 전에 출발한 빛이거든요. 3m 앞 친구는 1억분의 1초 전, 태양은 8분 20초 전, 별은 수년에서 수백만 년 전의 모습이죠. 지금 보이는 별 중엔 이미 사라진 별도 있을 수 있어요. 그러니 우리는 단 한 번도 '진짜 지금'을 본 적이 없어요. 누군가를 '지금 본다'는 건 같은 순간을 붙잡는 게 아니라, 서로에게 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다는 뜻이에요. 별은 목격할 수밖에 없지만, 사람은 마주칠 수 있으니까요.

평면 거울에서 상이 생기는 원리 02

평면 거울에서 상이 생기는 원리

당신은 당신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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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울 속 '나'는 어디에도 없는 허상이에요. 거울 뒤엔 빛이 한 줄기도 없는데, 뇌가 직진하는 빛을 거꾸로 추적해 거기에 '나'를 세워 두는 거죠. 게다가 그 얼굴은 좌우가 뒤집혀 있어요. 그러니 평생 들여다본 그 얼굴은, 세상이 보는 내 얼굴이 아니에요. 나만 빼고 모두가 진짜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셈이죠.

생활 속 거울과 렌즈 03

생활 속 거울과 렌즈

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, 이 거울 거짓말쟁이일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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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동차 사이드미러와 가게 코너의 둥근 거울은 볼록거울이에요. 사물을 실제보다 작고 멀게 보여주죠. 대신 그 대가로 훨씬 넓은 범위를 한눈에 담아요. 즉 더 많이 보기 위해 일부러 틀리게 보여주는 거예요. 안경·돋보기·망원경도 빛을 휘어 세상을 '다르게' 보여주고요. 그래서 차에는 친절하게 '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'이라고 고백까지 적혀 있죠. 그렇다면 묻게 됩니다. 진실을 살짝 왜곡해서 더 많이 보게 해주는 이 거울은, 거짓말쟁이일까요 아니면 가장 정직한 거울일까요?

거울과 렌즈에 의한 상 04

거울과 렌즈에 의한 상

세상은 당신 안에서 거꾸로 맺힌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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볼록렌즈나 오목거울이 빛을 모으면, 거기 맺히는 상은 항상 위아래가 거꾸로예요. 그런데 사실 우리 눈도 똑같아요. 눈은 작은 카메라 같아서, 지금 보고 있는 이 세상이 눈 안쪽(망막)에는 거꾸로 뒤집혀 찍히고 있거든요. 그런데도 우리가 세상을 똑바로 보는 건, 뇌가 그 거꾸로 된 그림을 매번 슬쩍 다시 돌려놓기 때문이에요. 그러니까 '위'는 세상에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뇌가 정해주는 것이죠. (빛이 진짜로 모여서 스크린에 비출 수 있는 상은 '실상', 거울 속 내 모습처럼 비춰서 잡을 수 없는 상은 '허상'이라고 해요.)

물체의 색과 빛의 합성 05

물체의 색과 빛의 합성

사과가 빨갛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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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거짓말이냐면 — 빨간 사과는 사실 빨강만 빼고 모든 색을 흡수해요. 그리고 빨강 하나만 도로 튕겨내죠. 그러니 사과가 진짜로 '가진' 색은 빨강이 아니라, 빨강은 사과가 유일하게 거부한 색인 거예요. 게다가 그 빨강은 사과 안에 들어 있지도 않아요. 사과가 튕겨낸 특정 파장의 빛을, 우리 뇌가 '빨강'이라고 칠한 것뿐이거든요. 그러니 '사과는 빨갛다'는 말은 두 번이나 틀린 셈이죠. 그런데 더 이상한 건, 내가 보는 그 빨강을 당신도 똑같이 보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.

3 — 2

파동

Waves
퍼져 나가는 파동 01

퍼져 나가는 파동

파도 파도 파동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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파도는 바다를 가로질러 가지만, 물 알갱이는 제자리에서 까딱일 뿐이에요. 움직이는 건 물이 아니라 '모양'이죠. 파동은 사물이 아니라, 사물을 통과해 지나가는 패턴이에요. 그런데 당신 몸의 원자도 끊임없이 교체돼요. 남는 건 물질이 아니라 패턴이죠. 촛불, 소용돌이, 파도처럼 — 당신은 고정된 덩어리가 아니라, 흐르는 물질 위에 유지되는 하나의 모양이에요.

파동으로 알아보는 소리의 특성 02

파동으로 알아보는 소리의 특성

소리 도감 SOUND DEX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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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공기는 누가 있든 없든 출렁여요. 떨림은 분명히 '바깥에' 실재하죠. 하지만 높낮이와 크기와 따뜻함을 가진 '소리'는, 그 떨림이 귀에 닿아 뇌가 경험으로 바꿀 때만 생겨요. 그러니 오래된 수수께끼엔 답이 있어요. 공기의 파동은 있지만, 듣는 이 없는 '소리'는 없다고. 세상은 어쩌면 원래 고요해요. 당신이 사랑하는 음악도, 보이지 않는 떨리는 공기에서 당신의 뇌가 빚어낸 거예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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